기형아 검사

기형아 검사

두려움이 엄습하던 순간이 있었다. 

하나는 영장을 받았을 때.
다른 하나는 아내가 생리를 하지 않는다고 내게 말했을 때였다. 

세상에 없던 존재를 맞이하는 것이 즐겁지만은 않았다. 
아빠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기에 열 달은 충분했다. 

뱃 속 아기에게 말붙이는 내 모습이 우스워졌다. 
배 안에서 꿈틀대는 녀석을 손으로 느끼고 나서야 진지해졌다. 

나는 아내에게 병원을 그만갔으면 좋겠다 했다. 
기형아 검사 결정을 앞둔 날이었다.

' 아기가 발가락이 여섯개로 태어나면 하나를 잘라버릴까?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면 태어나지 못하게 지금 처지해버릴까? '

' 나는 차라리 내가 평생 고통받는게 마음이 편하다 여보. 
이제 병원에 가고 싶지 않아졌어.'

일다니던 아내는 아기 상태가 걱정되서 괜찮다는 말을 들으러 병원에 갔다. 
나는 늘 최악을 상상하며 맞이할 준비를 했다.

아기가 태어났을때 그래서 손가락이 제일 먼저 보였다. 
잔잔한 숨과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안도와 기쁨이 내 안에 차올랐다. 
가만히 대할 수록 녀석이 궁금해지고 뭔가 위대한 일이 벌어진 것을 느꼈다.

그 때부터 였던거 같다. 
어머니 아버지의 삶의 장면이 떠오르고 
나는 부끄러운 나의 마음들을 보았다.

그리고 내게 있던 기형아적인 모습들을 찾아냈다.
나는 아이 앞에 담담하게 그리고 겸손하게 서있어야 했다. 

녀석은 자라면서 
나의 기형아적인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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